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11월 30일, 일본 치바현 후쓰 시에 위치한 MM플라스틱 자원화공장을 견학했다. 이는 연합회의 요청으로 일본플라스틱공업연맹이 극동플라스틱업계회의에 참석한 한국대표단을 위해 마련한 자리로, 국내 플라스틱 업계 산학연 관계자 중 17명이 함께 자리했다.
 

 

MM플라스틱은 일본의 대표적인 환경기업인 테라렘그룹주식회사(テラレムグループ株式会社)가 출자해 2009년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한 자원화공장으로, 가정에서 배출하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펠릿 및 고품질의 물류 팔레트(MMP pallet)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MMP 팔레트는 독자적인 샌드위치 성형 기술을 사용하여 제조되며 핵심 소재는 재활용 용기와 포장재를 사용하고 표면층은 버진 소재를 사용하여 기존 팔레트와 동일한 강도를 유지하면서 탄소 절감의 효과를 가진다.

 

자원화공장 시설은 MM플라스틱의 히고 고이치 상무이사가 안내를 맡았다. 먼저 선별 공정 과정부터 살펴보았다. 용기포장재활용법에 따라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은 지자체에서 회수해서 중간처리업자가 1차 선별 후 이곳 자원화공장으로 들어온다. 고이치 상무는 “우리가 일일이 폐플라스틱을 수집하는 게 아니라 상부 단체인 용리협회가 있는데 1톤당 얼마씩 계약을 하고 가져온다. 중간처리업체는 용리협회에다가 원하는 지자체에 입찰하겠다고 제안한다. 보통 거리가 먼 자치단체가 모은 것을 가져오면 물류비가 들기 때문에 가까운 후쓰 지역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져오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일본플라스틱공업연맹의 시미즈 히로시 사무국장은 “일본 포장용기리사이클법에 따라 포장 용기는 50% 이상 리사이클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 의무를 달성하기 위해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가 있다. 정부는 따로 보조금을 내지 않으며 제조사나 메이커와 같은 프로듀서로부터 돈이 나오고 이 돈이 포장리사이클협회로 들어간다. 그리고 돈은 입찰을 따낸 처리업체에 돌아간다”라고 덧붙였다. 

고이치 상무는 “지원금은 (처리할 플라스틱의) 내열 온도가 높을수록 높아진다”라며 “용기포장리사이클법에 따라 이곳 공장에 들어온 폐기물은 어떻게든 100% 재활용 안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 제품화되는 것이 50%이고, 잔사품도 어떤 형태로든 재활용해야 하는데 잔사는 보통 연원료로 재활용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선별동 입구 앞 부지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폐플라스틱 포장 덩어리들이 나열돼 있었다. 참가자 모두 모자를 쓰고 선별동 문을 열고 들어가니 파쇄기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가까이 서서 귀 기울이지 않는 한 통역자가 설명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고이치 상무는 선별 작업을 하는 일부터 재활용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선별동 안쪽 바로 입구에는 폐플라스틱으로 들어와선 안 될 폐건전지, 스프레이, 전자담배 등을 전시해 두었다. 고이치 상무는 “수집해오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원하지 않는 물질도 들어온다. 이러한 물질들이 라인에 섞여 들어갈 경우 불이 나는 위험성이 있으므로 자력으로 걸러낼 수 있도록 마그네틱이 설치되어 있다”라며 더불어 “그만큼 시민들에게 올바른 배출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므로, 일본은 유치원 때부터 올바른 플라스틱 배출방법을 교육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적외선 분류기(Infrared sorter), 부유 선별기와 중량 선별기 통한 다중선별 또는 삼중선별

 

MM플라스틱의 선별동에서는 먼저 플라스틱 폐기물을 PP, PE, PS 및 PVC와 같은 특성에 따라 분류된다. 폐플라스틱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장치 아래로 내려가면 두 갈래의 방향으로 나뉜다. 이 장치는 폐플라스틱의 재질을 적외선 센서가 감지해서 재질마다 공기로 날려 보내면서 자동으로 선택하게 되어 있다. 사람의 작업 없이 광학 기계를 이용한 자동 선별이 이뤄지며 MMP에는 5개의 멀티 분류기(Multi-sorter)가 있어 비교적 높은 정확도의 선별을 수행할 수 있다.

 

고이치 상무는 “선별 공정을 위한 핵심은 정확도이다. 폐플라스틱 안에는 재질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이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이물질의 혼입을 방지하여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이 공정에는 정확성이 요구된다. 여기서 활약하는 것이 ‘멀티 분류기(Multi-sorter)’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MMP가 보유하고 있는 선별기는 3세대로(7세대까지 출시되어 있음), 검은색을 식별하지 못해 컬러풀한 포장재 중 검은색이 있을 경우 적외선 센서가 검은색에 반응해서 PP와 PE를 구별 못 하고 이는 잔사로 배출되는 단점이 있다. 다만, 잔사 역시 연료로 재활용되고 있어 사실상 공장에 들어오는 폐기물은 100% 재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플라스틱을 선별하는 단위로 물 위에 띄워놓고 무게를 확인하는 부유 분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부유 선별기(Floating sorter)는 각 소재의 비중 차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PP(0.91), PE(0.92-0.97)는 뜨고, 원료로 사용되지 않는 플로트 및 PVC(1.16-1.5)와 PET(1.29-1.4)는 가라앉게 한다. 그리고 중량 선별기(Weight sorter)는 플로팅 소터(Floating Sorter)와 동일한 방식으로, 원료와 물을 혼합해 부유 형 선별기보다 더 높은 정확도로 플라스틱을 선별할 수 있다.

파쇄된 플라스틱은 부유 선별되고, 세척과 탈수, 건조 과정을 거쳐 외부에 판매될 수 있는 펠릿과 팔레트로 만들어진다. 고이치 상무는 방문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세척 후 폐수 처리는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물 처리 동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일본의 재활용공장과 같은 산업 시설은 별도의 공업단지에 건립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고이치 상무이사는 “MM플라스틱社는 일본의 재활용공장 44개사 중 완제품까지 만드는 회사로는 일본에서도 몇 안 되는 회사로, 매년 품질 평가를 통해 1, 2등을 하는 톱클래스에 속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연간 1만7천 톤의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6년경 규모 증설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일 규모의 새 공장을 세우지만, 설비 수준은 3할 업그레이드될 것이며 파쇄기, 부유 선별기, 건조기, 탈수기, 팔레트 제조기 등 각각의 능력을 올릴 예정이기에 생산량은 연간 4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또한, “태양광 발전까지 같이하고 있어 에너지 절약형 빌딩으로도 지구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제7세대 선별기까지 갖추게 된다면 선별의 정밀도는 더욱 좋아질 것이며 그 결과 품질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원료 품질이 좋아지더라도 자체적으로 추가 완제품을 생산하기보다는 자신들은 원료를 제공하고, 제조는 전문 제조사가 맡아서 하는 게 더 좋은 생각이라며 앞으로도 자신들은 물류용 팔레트 제조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샌드위치 몰딩 기계(Sandwiching molding machine)를 이용한 팔레트 제조

 

팔레트 제조 공정은 샌드위치 성형 기술 중에서도 코어층과 표피층을 사이에 두고 재생 플라스틱을 코어층의 주원료로 사용하는 MMP(Master Mold Plate) 기술을 사용해 품질 좋은 팔레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고이치 상무에 따르면, 금형의 가운데에는 팔레트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안정제가 투입된 재생재료가 쓰이는데 코어층에는 플라스틱 용기 등 재활용이 약한 소재를, 표피층에는 품질이 안정된 버진 또는 산업용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한다. 고이치 상무는 자체적으로 낙하 강도 등의 품질 검사를 통해 우수한 품질 검증 후 출하하고 있으며 그 결과 원래의 재료와 100% 동일한 수준의 퀄리티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MM플라스틱의 강점은 원료의 반입에서 재활용 재료, MMP팔레트의 제조까지 일원화 체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재활용공장을 둘러보고 든 생각은?

 

공장 견학을 마친 뒤 정용찬 부산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각 나라 모두의 관심사는 재활용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라며 “EPR 분담금 역시 최종 소비자의 몫이라고 볼 때 유화 회사로부터 가공업체를 거쳐 소비재 산업체 등 여러 단계에 걸쳐 복잡한 계산을 하고, 불평등한 부과 형식에 얽매여 불필요한 인력 낭비 등을 하는 것은 업체 및 국가적 경쟁력 저하에 크나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EPR이든 폐기물 부담금이든 모든 것을 플라스틱 물질 제조 회사인 유화회사에서 원천징수하여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업체에 돌려주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노종호 광주전남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자원순환경제의 기본은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잘 배출할 것이냐가 재활용의 관건이다. 일본은 어렸을 때부터 체험교육 등을 통한 자원 재활용 교육이 잘 이루어져 왔고, 덕분에 지금도 일본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교육을 통해 실질적으로 자원을 사용하고 배출하는 소비자의 참여가 기본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소비자가 잘 사용하고 잘 배출해주면 비로소 자원순환경제의 틀이 갖춰진다”라며 재활용 교육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별도의 공단이나 지역을 자원 순환 구역으로 설정하여 큰 규모의 재생 및 플라스틱 제품 생산 시설은 그곳에 짓도록 관련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최경수 ㈜동진기업 상무이사는 “지금까지 개발된 물질 중에 가장 편리하면서 가장 저렴하고 가장 빠르게 기존 도구들의 대체 물질로 성장한 플라스틱이 겨우 1세기 만에 퇴출하자는 위기에 몰려 있다. 과학자들을 비롯해 우리 인류는 지금, 좋은 물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해와 홍보, 개선의 노력을 외면한 채 ‘탈 플라스틱’이라는 분위기에 매몰되어가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하며 “플라스틱은 잘 배출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노력과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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