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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흥인더스트리, 안성연 대표의 뜨거운 열정
[플라스틱사이언스] 기사입력 2023-09-18 23:58:02
"무에서 유를 창조할 때 가장 보람돼"


 
“석유화학공단, 밤에 가 보셨어요? 너무 멋있지 않아요? 트랜스포머 같아요.”
하이힐 대신 단화를 신고, 점퍼에 안전모를 쓰고 공단 길을 걸으면 살아있는 것 같고, 더 열심히 일하는 기분이 든다는 태흥인더스트리(주)의 안성연 대표. 멀리서 바라보는, 어둠이 내려앉은 공단의 시간은 멈춘 듯 보인다. 하지만 석유화학공단의 야경 불빛 속을 몸소 헤치고 들어가 본 이의 눈에는 남다르게 보인다.
그곳은 잡지 속, 기사 옆에 실린 작은 야경 사진이 아닌, 내 발이 땅에 맞닿아 살아 숨 쉬는 현장이고, 낮 시간에 뜨겁게 불타올랐던 숨소리가 채 꺼지지 않아 여전히 꿈틀대는, 거대한 생동감의 일렁임 그 자체였다.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모양새가 천상 트랜스포머였다. 이처럼 석유화학공단의 밤 시간까지 사랑하는 안 대표는 국내 화학산업계에서 드물게 만나볼 수 있는 여성 CEO이다. 
수확의 계절 가을을 맞아 여성 오너가 이끄는 회사의 강점은 무엇인지, 여성이기에 겪은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직접 만나 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작은 규모의 태흥인더스트리가 지금까지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인연을 맺고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차별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올해로 창업 8년 차를 맞고 있는 태흥인더스트리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합성고무, 합성수지, 필름, 안료, 계면활성제 및 컴파운딩 플라스틱, 그리고 마스터 배치 등 기능성 첨가제 및 원료 등을 공급하고 있는 화학 원료 도매업체다.
난연제, 산화방지제, UV제, 유화제, 충진제, 조핵제 등을 포함한 각종 케미컬을 취급하고 있으며 제약 및 화장품 분야 등 국내 코스메틱과 식품 분야 천연 원료 등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으로 원료 수급 및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소규모 회사인 만큼 분야별 담당자의 역할 분담이 철저히 나뉘어 있고, 전국구로 안 대표가 직접 일을 처리하고 있으며 중국과 유럽 등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신속하고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작은 기업이 생존하는 법 -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라 
태흥인더스트리는 업계에서 희소성이 높은 원료 공급에 뛰어난 재주가 있다는 평판이 나 있다. 작은 규모의 회사가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고유의 강점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때 남들이 하기 어렵고 곤란한 일 일수록 안 대표는 기꺼이 도맡아 해결해냈기 때문이다. 
“물량이 안 되거나 공장 가동이 갑자기 안 되면 저희를 찾아오신다. 희소성이 높아 일본 아니면 안 되는 원료야. 그럼, 태흥에 연락해봐. 거기가 그런 거 잘 뚫어주는 거로 유명해” 이런 말들이 입소문처럼 돌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일 처리를 정확하면서 빠르게, 
그리고 답답한 일을 시원하게 처리해온 것.
안 대표는 설명한다. “요즘 아무리 AI가 발달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사람과 사람 간의 일이다” 사람 간의 신뢰를 쌓는 일이 가장 중요하므로 고객이 어려움을 겪었을 때 시의적절하게 도움을 주는 일을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으면 그게 또 오래 남는 법이다.
“한번은 코로나가 한창일 때 급하게 찾아야 할 제품 의뢰가 왔었다. 당시 육로는 다 막힌 상태라 어디에서도 답이 없는 상태였는데 저희를 찾아오셨다. 며칠을 눈이 빠지도록 찾아다녔다. 결국, 운 좋게도 내륙운송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덕분에 고객사가 너무 고마워했다. 심지어 나를 믿고 의뢰한 고객이기에 초과 운임 비용도 합리적인 선에서 도움을 드렸다” 힘들 때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일수록 시간이 지나면 관계가 더욱 견고해져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 
몇몇 업체에겐 위기였던 코로나19가 태흥인더스트리에겐 오히려 작은 도약의 발판이 되었다. “평소 같아선 몇 년씩 걸리던 샘플 테스트도 급하니까 중요 항목만 테스트해서 통과하면 바로 제품으로 출시하기도 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유통망이 다 막힌 상태다 보니 연락이 급하게 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안 대표가 말했던 샘플 다 꺼내놔 봐’ 이렇게 된 거다”
 
 
사실 태흥에게 이런 일이 기회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미 그 전에 쌓아 올린 노력 값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창업 후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런 샘플이 있다 저런 샘플이 있다’ 업체마다 꾸준히 알리고 다녔던 노력이 위기가 왔을 때 기회로 빛을 발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후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분들이 더 큰 물량 입찰 기회를 제공해주시기도 해 태흥은 점점 꾸준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기성품 외에 고객의 요청에 따라 고객사의 스펙에 맞는 제품의 커스터마이징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는 점도 태흥만의 장점이다. 시간이 걸려도 고객사에서 원하는 특수 그레이드의 제품을 개발 생산하여 제품의 적합성과 고객과의 신뢰도를 유지하는데 목적을 두고 노력하고 있다.
 
 
화학업계에서 여성이 살아남는 법 - 독하게 일하라 
안 대표는 중국어를 전공했다. 언어적 강점을 가지고 입사한 첫 직장이 화장품 및 제약계 원료를 다루는 화학업체였다. 직접 발로 뛰며 세일즈를 담당한 안 대표는 처음 화학산업계에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여성이라서’ 겪는 난감한 상황이 많아 혼자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았다. 하지만 결코 업계에서 도태되고 싶지 않다는 오기 하나로 남성들과 똑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배짱 좋게 전진해나갔다. 심지어 결혼과 임신 때문에 인정받던 일에서 밀려나고 싶지 않아 육아 휴직조차 마다했을 정도였다. 안 대표는 주변에서 혀를 끌끌 내두를 정도로 독하게 일을 했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출산이 임박할 순간까지 일했으며 출산 후엔 바로 다음 날부터 도넛 방석을 바닥에 깔고 업무를 진행했을 정도다.
그토록 독기를 품고 일을 한 동력에는 “여자라서 안된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누가 끝까지 남나 보자’는 심정으로 버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다.
의뢰가 들어온 제품은 밤을 새워서라도 꼭 찾고 싶었고, 찾은 제품은 꼭 내 손으로 런칭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누워있는 게 더 불안했다. 물건이 제대로 선적되었는지, 품질은 안정적인지 내가 직접 확인해야만 안심이 되었다” 태생부터 오너의 마인드를 가졌을지 모를 안 대표는 이후 이직을 한 회사에서 창업 의지가 불타오르는 순간을 마주한다.
화학 관련 수출회사였다. 전 직장에서의 경력을 살려 이러이러한 일을 해 보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냈다가 오히려 선임에게 “왜 시킨 일만 하지 일을 벌여서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역량을 펼치기보다 주어진 일만 하고 상응하는 월급만 또박또박 받아 가면 그만이라는 회사 분위기가 이해가 안 됐다. 더 이상 직원으로 머물 수 없었다. ‘내 회사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불타올랐다. ‘일은 재밌게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는 안 대표에게 일이란 창의적이고 지속해서 뻗어 나가는 일이어야만 했다.
창업 후 처음 2~3년 동안 ‘자본 잠식’을 겪었다는 안 대표. 창업 전 거래처 담당자들로부터 “우리는 안 과장(당시 직책) 얼굴 보고 거래한다”는 소위 신뢰도 탐문도 다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직장을 다닐 땐 나를 보고 거래했던 사람들도 막상 직장 밖을 나와 한 회사의 대표가 되어 거래할 때는 다른 이야기였다. 신생업체와의 거래를 선뜻 윗선에서 허락해주는 곳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통과의례처럼 안 대표 또한 수익 없는 시간을 견뎌야 했다. “샘플 테스트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출장도 가야 하고, 샘플도 사야 하고... 그동안 모아뒀던 돈 그냥 꺼내 쓰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초창기엔 인고의 시간의 연속이었다. 동시에, 태흥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데 몰두했다.
 
중국은 내 손안에 있소이다
중국은 태흥에게 특화된 전공 분야다.
전 직장에서부터 잦은 중국 출장으로 중국을 우리나라만큼 손바닥 보듯 훤하게 꿰뚫고 있다는 안 대표는 중국과 유럽 등지의 각각의 공급제조상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태흥의 큰 강점이다. 따라서 각 원료마다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있어 고객사들의 커스터마이징에도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하며 가격 또한 더욱 합리적일 수 있다.
안정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고객을 우선시한다. 가령 이런 경우가 있다. “타사와 거래를 해 오던 고객이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가끔 물량이 부족할 수 있는데 대안 없이 더 이상 공급 안 된다 통보만 해 버리면 그 공장은 정말 난감해진다. 하지만 저희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 항상 2안, 3안까지 소개해드리고 있다. 1안을 정말 잘 쓰고 있다가도 혹시 모르기 때문에 ‘늘 준비해두고 있으니 쇼트가 발생하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씀 드린다” 
이런 빈틈없는 준비성과 고객의 입장을 헤아리는 마음이 안 대표만의 성장 요인과 사람 마음을 훔치는 비결로 보인다.
“진짜 맨땅에 헤딩하는 거예요. 힘든데 너무 보람되고. 제가 물건을 찾아와서 테스트하고, 1년이 걸릴 때도 있고, 3년 이상 걸릴 때도 있고, 그렇게 해서 테스트가 통과되어서 일이 쭉쭉 진행되면 너무 보람되죠.”
 
 
여성, 평범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의 여정
두 자녀의 엄마이기도 한 안 대표는 국내외 산업 박람회만큼은 반드시 챙겨 방문한다.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몸을 돌보지 않아서였을까. 두 번의 유산 끝에 7년 만에 겨우 둘째를 임신했으나 NK 세포가 이상 활동을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마침 차이나플라스 출장을 가야 했고, 산부인과에서 처방해준 주사제를 챙겨가 호텔 객실에서 직접 주사를 놓으며 3박 4일을 버텼다. 낮에는 드넓은 전시장 이곳저곳을 샅샅이 훑으며 미팅하고, 메이커와 2차벤더 카다록을 죄다 챙겨왔다. 밤에는 그날그날 가져온 카다록을 회사별로 리스트 업을 하며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분류하는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다시 반복했다. 이때 카트가 있어도 카다록을 다 싣지 못해 배낭을 앞뒤로 메고 양손 가득 가방을 든 채 걷느라 너무 무거웠다고.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절로 눈물이 났다고 한다. 혹여나 또 유산이 될까 봐 너무 무서워 안 대표는 “세판(당시 태명)아, 엄마 자궁벽 꽉 붙들고 있어라. 엄마는 일해야 한단다”고 쉼 없이 되뇌었다고 한다. 그때를 회상하며 안 대표는 말했다. “힘들어서 꺽꺽 소리가 절로 났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라도 안 챙겨 왔다가 그게 혹시나 중요한 메이커일까 봐.” 
이처럼 숨 가쁘게 뛰어왔기 때문일까. 안 대표는 비슷한 규모의 업체들이 다 같이 윈윈하고 롱런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저희보다 더 작게, 영세한 업체들도 많습니다. 저는 다들 각자 시장에서 포지션을 유지하고 롱런하면 좋겠습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이러한 롱런의 연장선에 있었다. “회사가 작다 보니 사실 유지하는 일이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을 때 물 아래에선 쉼 없이 발을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항상 머릿속은 향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공급사와 제조사, 엔드유저를 찾을지 그 방법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는 대기업 외에 2차 컴파운드사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을 누빌 계획입니다. 이는 롱런하기 위해 우리가 끊임없이 찾아야 할 일입니다.”
성장 비결은 멀리 있지 않다 - 진정 일을 사랑하는 마음 “배우는 거 좋아하고, 성장하는 것 좋아하고……. 사실 제가 갖고 있는 장점은 하나도 없어요. 다만, 자가발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발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재미있어요. 진짜 일이 재밌어요.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작은 규모의 회사임에도 업력을 쌓으며 계속해서 성장하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안 대표의 대답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잖아요. 의뢰해주셔서 열심히 발굴해 왔는데... 샘플 테스트를 했는데 됐대. 2차 샘플 넣었어. 1톤 넣었는데 됐어. 그때는 구름 위를 걷는 것과 같이, 당장 돈을 안 벌어도 너무 좋고, 일이 착착 진행되면 정말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설명하는 안 대표의 표정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미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신뢰를 쌓을 만큼 업계 평판이 남다른 태흥인더스트리의 강점은 바로 안성연 대표 자신이었다.
마지막으로, 태흥인더스트리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겠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여성 기업이라고 못할 게 없다. 타 업체보다 더 광활하게 하면 했지 못할 것이 없다”며 활용도가 높은 회사로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평범함이 노력 값을 쌓아 올릴 때 비로소 성장과 도약의 값으로 보답 받는 법. 태흥이 더욱 태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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