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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출한 만큼 수거한다! 플라스틱 중립 선언하는 미국 기업들
		[플라스틱사이언스] 기사입력 2023-06-22 02:55:15

탄소 크레딧처럼 플라스틱도 크레딧으로 거래 가능

기업들, 탄소 크레딧 구매해 배출한 만큼 수거해 중립 달성 실현

사례로 보는 기업들의 플라스틱 중립 시도

아이스크림 브랜드 굿팝(GoodPop)은 지난 4월 식품 브랜드 최초로 4오션(Ocean)의 플라스틱 중립 인증을 취득했다. 4오션은 해안이나 강가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해 액세서리나 의류 등을 제작해 만드는 기업으로 플라스틱 크레딧도 발행하고 있다. 굿팝은 4오션과 파트너십을 맺고, 총 50만 플라스틱 크레딧을 구매, 2024년까지 2년간 50만 파운드(22만679㎏)의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해 플라스틱 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여행용 목 베개 브랜드 카보(Cabeau)도 지난 4월 플라스틱 중립을 발표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거하고 플라스틱 재활용 시설 등을 건설하는 기업인 클린허브(CleanHub)와 파트너십을 통해 카보의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인 2만500㎏ 규모의 플라스틱을 해양에서 수거할 계획이다. 카보의 데이빗 스턴라이트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카보는 글로벌 시민으로 환경에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제품 제조에 재활용 원료 사용과 더불어 클린허브와 함께 더 많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라고 밝혔다.

<SC존슨의 피스크 존슨 CEO와 플라스틱뱅크의 데이빗 카츠 CEO가 인도네시아에서

운행될 플라스틱 수거용 차량을 공개하는 모습>

윈덱스(Windex), 레이드(Reid) 등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 SC존슨(Johnson)은 지난 5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플라스틱뱅크와 파트너십 이후 해안에 버려진 플라스틱 4,000만㎏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4,000만㎏은 500㎖ 사이즈 일회용 페트병 2,000억 개에 달하는 양이다. SC존슨은 지난 2018년 플라스틱뱅크와 파트너십을 통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동시에 개발도상국의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영양제 기업인 메가푸드(MegaFood)는 지난 4월 리퍼포즈글로벌(rePurpose Global)로부터 플라스틱 중립 인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메가푸드는 리퍼포즈글로벌과 협업해 자연에 버려진 45만 파운드(20만4,116㎏)의 플라스틱을 수거할 계획이다.

앞서 제시한 사례와 같이 최근 수년간 플라스틱도 탄소처럼 ‘중립’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탄소 크레딧과 같이 기업이 제3기관으로부터 플라스틱 크레딧을 구매하면 해당 기관이 기업을 대신해 구매한 크레딧만큼 플라스틱을 수거해 재활용 혹은 업사이클한다. 기업이 한 해 배출하는 플라스틱 폐기물량만큼 플라스틱 크레딧을 구매해 버려진 플라스틱을 제거하면 플라스틱 중립이 가능하며, 배출하는 플라스틱보다 더 많은 크레딧을 구매하게 될 경우 ‘플라스틱 포지티브(Plastic Positive)’도 가능하다.

플라스틱은 탄소 배출처럼 강력한 규제가 존재하거나 배출량에 따라 공급망에서 배제될 수 있는 리스크가 적은 편이나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며 퇴출당하는 분위기가 확산해 왔다. 미국 내에서 지방 정부가 중심이 돼 플라스틱 빨대나 비닐봉지,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류 등의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기업들 역시 사회적 책임 요구가 커지면서 플라스틱 포장재 줄이기, 생분해 소재 대체, 리필 상품 개발, 재활용 가능한 용기로 교체,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제품 개발이나 포장재 교체 등 여러모로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플라스틱 크레딧은 플라스틱 폐기물 줄이기에 대규모 투자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도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플라스틱 크레딧, 어디서 살 수 있나

플라스틱 크레딧은 많은 민간 기업이 발급하고 있다. 기업별로 각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수거 지역과 처리 방식도 다르다. 또 크레딧 당 수거하는 플라스틱의 양도 차이가 난다. 단순히 플라스틱 크레딧을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많은 기업이 플라스틱 발자국(footprint) 산출부터 목표 설정, 실행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라스틱 크레딧 구매 의사가 있는 기업들은 플라스틱 크레딧 발급 기업의 프로젝트가 자사의 목표와 비전에 부합하는지와 실행 방식, 제공 서비스 등을 비교해 보고 결정할 수 있다.

전망 및 시사점

미 환경부(EPA)가 발표한 미국 내 플라스틱 쓰레기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2023년 기준 최신 자료) 미국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3,568만 톤이며, 이 가운데 8.7%인 309만 톤만이 재활용됐다. 플라스틱 연료로 활용된 비중은 15.6%(562만t)이었다. 플라스틱 쓰레기 증가 속도는 매년 빨라지고 있으나 재활용 비율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플라스틱 환경오염 문제의 부각은 플라스틱 제품이나 포장재를 사용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컨설팅 기업 A사 소비재 부문 담당자는 KOTRA 뉴욕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크레딧은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 용기를 채택하고, 재활용 소재로 패키지를 교체하는 것을 넘어 이미 판매돼 버려진 플라스틱까지 회수해 좀 더 적극적으로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기업의 시도”라고 설명했다. 또 “플라스틱 중립은 환경 문제에 민감한 MZ세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마케팅 포인트임과 동시에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유럽 등에서 시행 중인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가 최근 미국 일부 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생산자에게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 일정량을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한 EPR은 현재 4개 주(메인, 오리건, 콜로라도, 캘리포니아)가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 19개 주가 40여 개의 EPR 관련 법안을 검토 중에 있어 이를 도입하는 주 정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EPR이 확대될 경우 더 많은 기업이 플라스틱 크레딧 구매를 고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들의 플라스틱 중립 노력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 수출기업들도 이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기업의 플라스틱 중립에 따른 공급망 관리 체계 변경 가능성이 있으며, MZ세대들의 구매 결정에 플라스틱 중립 요소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음에 따라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거나 기 진출 기업의 경우 플라스틱 중립 사실을 부각시키고, 플라스틱 중립 인증 취득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