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2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합의한 플라스틱 국제협약 결의안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당초 2024년 말까지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문 초안을 완성하기로 했으나 올해 11월 케냐에서 개최되는 3차 회의까지 초안을 작성하기로 지난 2차 파리 회의에서 추가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4년까지 협약안을 마무리 짓고 2025년 출범 예정인 이번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2015년 파리 기후협정 이후 가장 중대한 다국 간의 환경 협약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분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최초의 조약이 된다.

 

전염병으로 발전한 플라스틱 오염, 종식할 때

총회 의장이자 노르웨이의 기후환경부 장관인 아스펜바리드는 지난해 175개국 대표단의 만장일치로 통과한 플라스틱 국제협약 결의 당시 “플라스틱 오염은 이제 전염병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번 결의로, 플라스틱 오염을 ‘치료’하는 궤도에 공식적으로 올라섰다”고 말하기도 했다.

UN환경프로그램(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에 따르면 플라스틱 오염은 1950년 200만 톤에서 2017년 3억 4,800만 톤으로 급증하였고, 2040년에는 용량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재사용, 재활용, 플라스틱 포장을 대체 재료로 사용하는 세 가지 방안을 활용한다면 2040년까지 오염을 80% 줄일 수 있다고 보았다. 정부 정책과 플라스틱 산업 변화가 없을 경우 플라스틱 폐기물은 2억 2,700만 톤이 되지만, 조치를 취한다면 2040년에 약 4,000만 톤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UNEA 결의안은 해양 플라스틱이나 해양 쓰레기에 국한되지 않고 토양자원을 포함한 ‘기타 환경’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단순히 플라스틱 오염을 제한하거나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해양 및 기타 환경에서의 플라스틱 오염의 장기적 제거(종식)’를 목표로 한다. 또한 플라스틱의 생산, 사용, 폐기 등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플라스틱의 ‘전 생애 주기’를 관리하는 최초의 조약이며 일회용 플라스틱을 더 이상 생산하거나 사용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정부 간 협상회의(INC-2). 이견 차 좁히지 못해

이를 토대로, 5월 29일부터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닷새간 개최된 2차 회의에서는 플라스틱 전주기, 생산-사용-처리-환경 유출 단계별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핵심의무, 규제수단, 자발적 접근, 이행수단, 이행조치등에 대해 포괄적인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자는데 공감대는 이뤘지만 각국이 합의문을 완성하기까지는 불협화음도 예상되고 있다. 정부 간협상위원회(INC-2) 회의 중 절차 규칙을 둘러싼 논쟁도 있었다. 투표 절차와 투표에 의한 결정인지 합의에 의한 결정인지에 대한 분열로 회의가 연기되기도 했다. 러시아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는 합의가 아닌 다수결로 채택되는 조약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해결책으로 재활용을 선호하는 관련 산업계와 아예 플라스틱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사람들 간의 격돌도 불가피했다.

러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중국 그리고 미국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통제하는 보다 순환적인 접근법을 규제하는 조약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보다 엄격한 조치를 촉구하는 것은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제한과 

재활용하기 어려운 플라스틱과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감축 또는 금지를 강제하는 협정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55개국 연합과 환경 운동가들이다.

 

노르웨이와 르완다가 이끄는 ‘고야망 연합(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에 속한 55개국은 플라스틱 재활용조차 자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금지를 비롯한 특정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제한을 담은 강력한 조약을 요구했다.

고야망 연합의 공동 의장이자 르완다 공화국의 환경부 장관인 잔 다르크 무자와마리야 박사는 “조약을 통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폴리머 등의 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글로벌한 목표보다는 국가별 계획을 선호하고 있다. 

미국화학협회(American Chemistry Council)의 조슈아바카 플라스틱 담당 부사장은 “국가 간 격차가 크다”라며 “협정은 국가별 상황에 따라 플라스틱 오염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할 국가적 행동 계획을 요구해야 한다” 고 말했다. 한국 정부 역시 순환경제 전환, 국가별 자발적 목표 설정을 지지했다. 여기에 일부 국가에서 우려를 표하는 방안인 화학적 재활용 등을 의견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순환경제 지지하는 한국 정부

한국 정부는 지난해 말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제정을 비롯해 순환성을 강조하는 정책 전환에 본격 나서고 있다. 정부는 올해를 순환경제 원년으로 표명하면서 지난달 석유화학・철강・배터리 등 9개 산업에서 9대 순환 경제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CE9 프로젝트’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9대 산업분야는 ▲ 석유화학 ▲ 철강 ▲ 비철금속 ▲ 배터리 ▲ 전자 ▲ 섬유 ▲ 자동차 ▲ 기계 ▲ 시멘트 등이다. 9개 프로젝트는 ▲ 열분해유 생산 확대 ▲ 고급 원료화 전환(이상 석유화학) ▲ 철스크랩 활용 극대화 ▲ 희소금속 재자원화(이상 철강・비철금속) ▲ 재사용・재활용 기반구축 ▲ 재생원료 생산・ 사용 촉진(이상 배터리) ▲ 에코디자인 도입・시행(전자・섬유) ▲ 재제조 제품 수출 활성화(자동차・기계) ▲ 대체 연・원료 확보(시멘트) 등이다.

 

나아가 폐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순환자원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2030년 페트(PET) 제품의 재생원료 사용비율을 30%로 끌어올리는 등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중 분리배출 지침 개선을 통해 쉬운 분리 배출을 꾀하는 한편 고품질 폐플라스틱 확보, 전기차 폐배터리 확보를 위한 인프라·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한편, 제5차 회의는 내년 하반기에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견이 많은 가운데 오는 11월 어떤 초안이 작성되어 어떻게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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